S&P500 분할매수와 거치식을 비교하면서 지난 두 글에서는 과거 성과와 실제 투자자의 심리를 따로 살펴봤습니다. 1부의 SPY 392개 구간에서는 거치식의 평균 성과가 더 좋았고, 첫 매수 이후 가격이 내려왔던 구간에서는 분할매수가 강했습니다. 2부에서는 그 결과를 알고 있어도 실제 손실 앞에서 계획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1부 : S&P500 분할매수, 거치식보다 나을까? SPY ETF 392개 구간 비교
2부 : S&P500 분할매수, 수익률보다 중요한 심리
이제 목돈이 생겼을 때 무엇을 보고 결정할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방법이 항상 이기는지를 정하는 글은 아닙니다. 돈의 사용 시점부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시장 상황과 투자에 쓰고 싶은 시간까지 순서대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돈을 언제 쓸 것인가
목돈이 생기면 차트부터 열어보게 됩니다. 지금 사도 괜찮은 가격인지, 조금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매수 시점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고 봅니다. 이 돈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집 잔금이나 전세보증금처럼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정해진 날에 필요한 금액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때 시장이 회복해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눠 샀다는 이유로 필요한 시점의 원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돈은 거치식과 분할매수를 비교하기 전에 주식에 넣어도 되는 돈인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제 생각은 기한이 정해져 있고 그날 꼭 필요한 돈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에 가깝습니다. 돈이 필요한 날을 시장 상황에 맞춰 미룰 수 없다면, 제 투자기간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쓸 돈과 생활에 필요한 여유자금을 따로 두고도 남는 목돈인지 확인한 다음에야 S&P500 분할매수를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를 돈으로 바꿔보면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이라고 판단했다면 다음에는 손실을 실제 금액으로 계산해봅니다. 1억 원을 투자했을 때 -20%는 2,000만 원의 평가손실이고, -40%는 4,000만 원의 평가손실입니다. 계좌에는 각각 8,000만 원과 6,000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서는 환율이나 세금 등을 빼고 투자금의 손실률만 계산한 예입니다.
투자하기 전에는 그 정도 하락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 계좌에서 몇 년 동안 모은 돈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도 손실이 커질수록 계획을 바꾸고 더 위험한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버틸 수 있다는 다짐보다 그 금액을 보고도 생활과 투자 계획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S&P500 분할매수로 초기 투자금액을 줄이면 아직 현금으로 남아 있는 부분은 주가 하락에 직접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남은 돈까지 모두 투자한 이후의 하락도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전액을 투자한 계좌의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 나눠 넣는 방법뿐 아니라 주식에 넣으려는 총금액 자체도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P500 분할매수와 남겨둔 현금
제가 보는 S&P500 분할매수의 역할은 시장 하락을 미리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진입 시점을 나누고, 첫 매수 뒤 가격이 내려왔을 때 사용할 현금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1부에서 분할매수가 강했던 구간도 첫 매수 이후 가격이 내려왔던 경우였습니다. 어느 구간이 그런 모습이 될지는 투자할 때 알 수 없었습니다.
반대의 상황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장이 계속 오르면 아직 투자하지 않은 돈은 그 상승에 참여하지 못하고, 남은 물량을 더 높은 가격에 살 수도 있습니다. 현금에 이자가 붙더라도 주식 상승에 참여하지 못한 기회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함께 놓고 선택하려고 합니다. 하락했을 때 쓸 돈이 있다는 마음의 여유만 원하면서 상승장에서 놓친 수익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분할매수를 계속하기 어렵습니다. 거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돈이 상승에 참여하는 만큼 투자 직후의 하락도 전액으로 겪게 됩니다.
제 마음은 거치식에 조금 더
장기투자할 목돈이 생겼고 시장이 특별히 부담스러운 위치가 아니라면 저는 거치식에 조금 더 마음이 갑니다. 1부에서 확인한 과거 평균 성과도 이유 중 하나지만, 매수를 마친 뒤 다음 매수 시점을 계속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습니다. 투자에 사용하는 시간과 정신력을 줄이는 것도 제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은 제가 적정 주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 상승 속도나 계좌의 투자 비중을 봤을 때 목돈을 넣은 뒤에도 계획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판단에 가깝습니다. 거치식을 선택한 다음 날 시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까지 감당할 수 있는 돈인지 확인한 뒤에 내리는 결정입니다.
급등한 시장과 조정받은 시장
최근 6개월 정도 시장이 빠르게 올랐거나 신고가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면 저는 전액을 한 번에 넣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6개월 동안 20~25% 이상 급등한 상황이라면 일부를 먼저 투자하고 나머지를 나눠 넣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숫자는 하락을 예측하는 검증된 기준이 아니라 제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예입니다. 신고가라는 이유만으로 곧 하락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뒤 조정이 커진다면 평소 참고하는 이동평균선이나 볼린저밴드, 최근 가격이 지지를 받았던 구간을 보면서 추가 투자 비중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지지를 받았던 가격이 다음에도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해당 지표를 참고한다고 초과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매수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매달 같은 금액을 넣는 정액 분할매수에 제 판단을 더한 방식이고, 1부에서 검증한 전략과도 구분해야 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이미 고점 대비 약 -20% 하락해 있다면 최초 투자금 비중을 크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절반 이상을 먼저 투자하고 나머지는 추가 하락에 대비해 남겨두는 식입니다. 이미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과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은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도 남은 현금은 바닥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겨두는 돈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완전한 거치식 투자자도, 어떤 상황에서나 같은 비율로 나눠 사는 투자자도 아닙니다. 돈을 오래 둘 수 있는지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고, 그다음 시장 상황에 따라 첫 투자금의 크기를 달리할 것 같습니다. S&P500 분할매수와 거치식 가운데 하나를 평생 고정해두기보다 제가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고르려는 편입니다.

S&P500 분할매수, 언제까지 할까
분할매수를 선택하더라도 저는 너무 오래 끌고 싶지는 않습니다. 월 단위로 나눠 산다면 최대 1년 이내를 생각하고 있고, 가능하면 그보다 짧은 기간을 선호합니다. 여기서 1년은 주식을 팔겠다는 보유기간이 아니라 준비한 목돈의 매수를 마치는 기간입니다. 매수를 끝낸 뒤에는 처음 생각했던 장기투자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1~2년 동안 매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차트를 확인하는 일은 제게 꽤 피곤할 것 같습니다. 오르면 이번에는 기다릴까 고민하고, 떨어지면 더 기다려야 하나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매번 판단을 새로 하다 보면 일상에서도 시장 생각을 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마음이 편해지려고 시작한 분할매수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는 셈입니다.
S&P500 분할매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현금으로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그동안 시장이 상승한다면 기회비용이 커질 수 있고, 하락한다면 남은 현금을 더 낮은 가격에 사용할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간이 짧으면 무조건 좋다거나 길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 차이와 함께 매수에 신경 써야 하는 시간을 비용으로 보고 짧은 쪽을 선호합니다.

시작 전에 정해둘 것들
S&P500 분할매수를 시작하기 전에는 적어도 투자기간, 매수 횟수, 1회 매수금액, 계획을 변경할 조건을 적어두려고 합니다. 투자기간을 쓸 때도 장기 보유할 기간과 분할매수를 끝낼 날짜를 구분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몇 번 살 것인지 정했더라도 종료 시점이 없으면 계속 매수를 미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일부를 넣고 남은 돈을 몇 차례에 걸쳐 투자하기로 했다면, 각 회차의 날짜와 금액이 서로 맞아야 합니다. 조정이 커졌을 때 다음 회차 금액을 당겨 쓸 생각이라면 그 조건과 한도도 시작 전에 정해두는 것입니다. 미리 정한 추가 매수 역시 수익을 보장하는 규칙은 아닙니다. 다만 하락한 날의 기분만으로 남은 돈을 모두 써버리는 상황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계획을 바꿔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소득이나 돈의 사용 계획이 달라지면 투자할 수 있는 금액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생활 조건은 그대로인데 뉴스나 차트가 움직일 때마다 매수 날짜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 계획을 수정하는 이유가 내 사정의 변화인지, 다음 주 가격을 맞히고 싶은 마음인지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S&P500 분할매수를 하면서 매번 더 좋은 가격을 기다리기 시작하면 종료 시점도 자꾸 밀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크게 오른 날 조급해서 남은 돈을 한꺼번에 넣는다면 처음 생각한 투자와는 멀어집니다. 정해둔 조건 안에서 실행하는 것과 시장을 볼 때마다 조건을 새로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저도 시장 상황을 참고하는 만큼 이 경계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더 큰 스트레스는
목돈을 한 번에 넣는 것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매달 매수 결정을 반복하는 것이 더 불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둘 다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은 시장에서는 거치식이 편할 수 있지만, 빠르게 오른 시장에서는 현금을 남겨두는 편이 마음이 놓일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도 돈의 크기와 당시 상황에 따라 부담을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S&P500 분할매수를 선택하기 전에 매수 직후 하락한 계좌와 몇 달째 매수를 이어가는 제 모습을 둘 다 상상해보려고 합니다. 앞의 상황이 버겁다고 뒤의 상황이 자동으로 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승을 놓쳐도 계획대로 살 수 있는지, 하락하더라도 미리 정한 금액을 넣을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저에게 맞는 방법이라는 말은 수익이 더 날 것 같은 방법뿐 아니라 그 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S&P500 분할매수 판단 기준
지금까지의 내용을 목돈을 투자하기 전에 스스로 확인할 질문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개수를 세어서 거치식이나 분할매수를 고르는 표는 아닙니다. 돈의 사용 시점처럼 다른 판단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항목도 있고, 심리적 부담처럼 사람마다 답이 다른 항목도 있습니다.

| 판단 기준 | 스스로 확인할 질문 |
|---|---|
| 돈의 사용 시점 | 이 돈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 |
| 실제 손실금액 | 얼마까지 손실이 나도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가? |
| 한 번에 투자하는 부담 | 목돈을 한 번에 넣는 것이 더 스트레스인가? |
| 계속 매수하는 부담 | 몇 달 동안 시장을 보며 매수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인가? |
| 분할매수 종료 시점 | 분할매수를 한다면 언제까지 끝낼 것인가? |
| 계획 유지 가능성 | 시장이 흔들려도 미리 정한 계획을 지킬 수 있는가? |
답을 적다 보면 어느 방식이 더 높은 수익을 낼지와는 다른 고민이 남을 수 있습니다. 예상한 손실금액이 너무 크거나 돈을 써야 할 시점이 가깝다면 투자금부터 조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 둘 수 있는 돈이고 매수 이후의 변동도 감당할 수 있다면, 두 방식의 기회비용과 부담을 비교해 자기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3부작을 마치며
1부에서는 과거 392개 구간에서 거치식의 평균 성과가 더 높았지만 첫 매수 이후 하락한 구간에서는 분할매수가 강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2부에서는 그 결과를 실제 투자자가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이번 3부에서는 두 내용을 합쳐 돈의 사용 시점과 손실금액, 시장을 바라보는 제 성향과 투자 피로도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저는 장기투자할 목돈이고 시장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치식에 조금 더 마음이 갑니다. 빠르게 오른 시장에서는 일부를 먼저 넣고 나머지를 나눠 살 가능성이 높고, 이미 큰 조정을 받았다면 첫 투자금의 비중을 높일 수 있습니다. 분할매수를 하더라도 월 단위로 최대 1년 이내에 끝내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 성향과 경험을 정리한 것이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정답은 아닙니다.
S&P500 분할매수와 거치식 가운데 미래의 승자를 지금 정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데이터는 어떤 투자법이 더 높은 수익을 냈는지는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라야 내가 실제 하락장에서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대신 알려주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판단의 재료이고, 최종 결정은 투자자가 해야 합니다.
오디 파이낸스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