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분할매수, 거치식보다 나을까? SPY ETF 392개 구간 비교

목돈이 생기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1억 원을 S&P500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지금 한 번에 전부 살 것인지, 아니면 몇 개월에 걸쳐 나눠서 살 것인지입니다. 증여를 받았거나 예금이 만기된 경우, 퇴직금이나 부동산 매각대금처럼 한 번에 큰돈이 생겼다면 S&P500 분할매수를 고민해본 분도 많을 겁니다.

저도 투자를 하면서 여러 번 고민했던 문제입니다. 한 번에 투자하면 시장이 바로 떨어질까 걱정되고, 나눠서 사자니 그사이 주가가 올라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SPY의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두 방법을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결과부터 보면 과거에는 거치식의 평균 성과가 더 좋았습니다. 다만 처음 투자한 뒤 주가가 더 떨어졌던 시기에는 분할매수가 훨씬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월급 적립식과 목돈 분할매수의 차이

이번 글에서 말하는 분할매수는 월급을 받을 때마다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와는 조금 다릅니다. 아직 받지 않은 다음 달 월급까지 오늘 투자할 수는 없지만, 이미 통장에 1억 원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돈을 오늘 전부 투자할 수도 있고, 몇 번으로 나눠서 천천히 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 말하는 S&P500 분할매수는 이미 투자 가능한 목돈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투자 가능한 1억 원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 돈을 한 번에 넣을지 여러 달에 걸쳐 나눠 넣을지 비교했습니다. 거치식은 첫 매수 시점에 1억 원을 전부 투자하고, 분할매수는 같은 1억 원을 2~6번까지 나눠서 투자합니다. 예를 들어 6회 분할이라면 약 1,667만 원씩 한 달에 한 번, 총 6번 SPY를 나누어 사는 방식입니다. 결국 두 투자자가 사용하는 돈은 똑같고, 차이는 그 돈이 시장에 들어가는 시점뿐입니다.


SPY 392개 구간을 이렇게 비교했습니다

비교 대상은 S&P500을 추종하는 대표 ETF인 SPY입니다. 1993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매달 한 번씩 새로운 투자를 시작했다고 가정했고, 각 투자자는 정확히 12개월 뒤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자 시작 시점은 총 392개입니다.

가격은 매월 마지막 거래일의 Adjusted Close를 사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배당과 주식분할까지 반영한 가격입니다. 아직 투자하지 않은 현금에는 별도의 이자를 주지 않았고, 환율과 세금, 거래비용도 제외했습니다.

Adjusted Close (수정 종가) : 배당금 지급이나 주식 분할이 발생했을 때 생기는 인위적인 주가 변동을 제거하여, 투자자가 얻은 실제 투자 수익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항목기준
투자금1억 원
투자 대상SPY
투자 시작1993년 1월~2025년 8월
비교 구간392개
투자기간12개월
사용 가격매월 마지막 거래일 Adjusted Close
분할 방식2회~6회 동일 금액 매수
남은 현금이자 0%
제외 항목환율, 세금, 거래비용

예를 들어 2000년 1월에 시작했다면 2001년 1월 말의 자산을 확인하고, 다음 사례는 2000년 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비교하는 식입니다. 6회 분할 투자자는 첫 달부터 여섯 달에 걸쳐 한 달에 한 번씩 매수하고, 거치식 투자자는 첫 달에 1억 원을 모두 투자합니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의 12개월 뒤 자산을 비교했습니다.

투자 방식1억 원 투자 방법
거치식첫 달에 1억 원 전부 투자
2회 분할5,000만 원씩 2개월 연속 투자
3회 분할약 3,333만 원씩 3개월 연속 투자
4회 분할2,500만 원씩 4개월 연속 투자
5회 분할2,000만 원씩 5개월 연속 투자
6회 분할약 1,667만 원씩 6개월 연속 투자

결국 이번 백테스트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간단합니다. 같은 1억 원이라도 S&P500 분할매수를 선택했을 때 한 번에 투자하는 것과 실제 결과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평균 수익률은 거치식이 가장 높았습니다

거치식부터 6회 S&P500 분할매수까지 분할 횟수별 평균 수익률과 12개월 수익률 변동성을 비교한 그래프. 평균 수익률은 거치식 12.08%에서 6회 분할 9.44%로 낮아졌고, 12개월 수익률의 표준편차도 16.52%에서 13.44%로 줄어들었음.

먼저 392개 구간 전체의 평균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투자 방식평균 최종금액1년 뒤 평균 수익률
거치식1억 1,208만 원12.08%
2회 분할1억 1,154만 원11.54%
3회 분할1억 1,101만 원11.01%
4회 분할1억 1,049만 원10.49%
5회 분할1억 996만 원9.96%
6회 분할1억 944만 원9.44%
거치식부터 6회 분할매수까지 분할 횟수별 평균 수익률과 롤링 12개월 수익률 표준편차를 비교한 그래프. 거치식 평균 수익률은 12.08%, 6회 분할은 9.44%이며 분할 횟수가 늘어날수록 평균 수익률과 변동성이 함께 낮아지는 모습.

거치식의 평균 수익률은 12.08%였고, 6회 분할은 9.44%였습니다. 1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2개월 뒤 평균 최종금액에서 약 264만 원의 차이가 생겼습니다. S&P500 분할매수 횟수가 늘어날수록 평균 수익률이 낮아지는 흐름도 꽤 뚜렷했습니다. 2회 분할부터 6회 분할까지 매수 기간을 늘릴수록 시장에 들어가지 않은 현금이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거치식은 첫날부터 1억 원 전체가 시장에 들어가 있지만, 6회 분할은 첫 번째 매수 시점에 약 1,667만 원만 투자되고 나머지 돈은 현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SPY가 오른다면 거치식은 1억 원 전체가 상승에 참여하지만, 분할매수자는 남아 있는 돈으로 점점 비싸진 SPY를 사게 됩니다.

SPY는 지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승한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투자금을 시장에 넣은 쪽이 평균적으로 유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392번 중 282번은 거치식이 승리

평균 수익률만이 아니라 실제로 어느 쪽이 더 자주 이겼는지도 확인했습니다. 6회 분할과 거치식을 비교했을 때 분할매수가 더 좋은 결과를 낸 구간은 392개 중 110개였습니다. 나머지 282개 구간에서는 거치식의 최종금액이 더 많았습니다.

투자 방식더 좋은 결과를 낸 횟수비율
거치식282회71.9%
6회 분할110회28.1%

과거 SPY에서는 대략 10번 중 7번 이상 거치식이 더 좋은 결과를 냈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투자할 돈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현금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입니다.

유의미한 확률로 거치식의 승률이 높다.

그런데 분할매수가 이겼던 110개의 구간을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처음 투자한 뒤 주가가 더 내려왔을 때였습니다.

적어도 과거 SPY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S&P500 분할매수는 평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거치식보다 불리했던 셈입니다.


S&P500 분할매수는 매수 후 하락장에 강함

첫 매수 시점의 SPY 가격과 5개월 뒤 가격을 비교해봤습니다. 5개월 뒤 가격이 처음 샀을 때보다 낮았던 경우는 392개 중 94개였고, 그중 82개에서 6회 분할매수가 거치식보다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S&P500 분할매수의 승률은 87.2%였습니다.

약보합세, 하락장에서 분할매수 승률 : 87.2%

반대로 5개월 뒤 SPY 가격이 처음보다 높았던 경우는 298개였습니다. 이때 분할매수가 이긴 경우는 28개에 불과했고, 승률은 9.4%였습니다.

강보합세, 상승장에서 분할매수 승률 : 9.4%

첫 매수 시점과 5개월 뒤 비교구간 수분할매수 승리분할매수 승률
5개월 뒤 가격이 더 낮음94개82개87.2%
5개월 뒤 가격이 더 높음298개28개9.4%
첫 매수 후 5개월 뒤 SPY 가격이 하락한 경우 6회 분할매수가 거치식을 이긴 비율은 87.2%, 상승한 경우에는 9.4%였음을 비교한 막대그래프.

여기서 S&P500 분할매수의 성격이 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처음 투자한 뒤 가격이 더 떨어지면 아직 남아 있는 현금으로 낮은 가격에서 추가 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바로 올라가면 현금으로 기다리고 있는 돈이 발목을 잡습니다. 이후 매수할 때마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할매수는 평균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처음 투자한 시점이 좋지 않았을 때 대응할 돈을 남겨두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금융위기 때는 분할매수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보면 이 차이가 쉽게 이해됩니다. 2008년 9월 말에 1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2개월 뒤 거치식의 자산은 약 9,339만 원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돈을 6번으로 나눠 투자한 경우에는 약 1억 1,994만 원이 됐습니다.

2008년 9월 시작12개월 뒤 최종금액
거치식약 9,339만 원
6회 분할약 1억 1,994만 원
2008년 9월과 2020년 3월 투자 시작 시 거치식과 6회 분할매수의 12개월 뒤 최종금액 비교. 2008년 9월에는 6회 분할이 약 1억 1,994만 원으로 거치식 약 9,339만 원보다 높았고, 2020년 3월에는 거치식이 약 1억 5,623만 원으로 6회 분할 약 1억 3,246만 원보다 높았음.

약 2,655만 원이나 차이가 났습니다. 2008년 9월에 첫 매수를 한 뒤에도 시장이 더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분할매수자는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첫 매수가보다 대체로 낮은 가격에서 남은 돈을 계속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1억 원을 전부 사용한 거치식 투자자에게는 없었던 기회입니다.


급등장에는 거치식

코로나19로 시장이 급락했던 2020년 3월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0년 3월 말에 1억 원을 투자한 거치식 투자자는 12개월 뒤 약 1억 5,623만 원을 보유했습니다. 6회 분할의 결과는 약 1억 3,246만 원이었습니다.

2020년 3월 시작12개월 뒤 최종금액
거치식약 1억 5,623만 원
6회 분할약 1억 3,246만 원

이번에는 거치식이 약 2,377만 원 더 많았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SPY가 빠르게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거치식은 1억 원 전체가 상승을 따라갔지만 분할매수자는 아직 투자하지 않은 현금을 들고 있었고, 이후 몇 달 동안 점점 올라가는 가격에 추가로 SPY를 사야 했습니다.

2008년과 2020년은 둘 다 시장에 공포가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는 첫 투자 이후에도 하락이 이어졌고, 2020년 3월에는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분할매수에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떨어졌느냐보다 내가 투자한 뒤 가격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였습니다.

문제는 투자하는 순간에는 그걸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항상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죠.

2008년과 2020년 사례를 함께 보면 S&P500 분할매수가 언제 유리하고 불리한지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하기 전까지 얼마나 하락했느냐가 아니라, 첫 매수 이후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느냐였습니다.


분할매수=손실 피하기?

분할매수를 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 것 같지만 이번 데이터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2개월 뒤 1억 원보다 적은 돈으로 끝난 경우는 거치식과 6회 분할 모두 392개 중 70개였습니다. 비율로는 똑같이 17.9%입니다.

투자 방법12개월 뒤 원금 손실 구간비율
거치식70개17.9%
6회 분할70개17.9%

분할매수를 했다고 손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좋지 않은 시기에 진입했을 때 손실의 크기를 줄이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결국 분할매수는 손실을 막아주는 방법이라기보다 하락이 일찍 찾아왔을 때 추가로 대응할 현금을 남겨두는 방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분할매수도 막지 못하는 하락

조금 의외였던 결과도 있었습니다. 두 전략 모두 가장 좋지 않았던 투자 시작 시점은 2008년 2월이었습니다. 1억 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12개월 뒤 약 5,658만 원이 됐고, 6회 분할매수를 했어도 결과는 거의 같은 약 5,658만 원이었습니다.

거치식과 6회 분할매수의 하방 결과 비교 그래프. 하위 10% 기준금액은 거치식 약 8,876만 원, 6회 분할 약 9,088만 원이며, 최악의 최종금액은 두 전략 모두 약 5,658만 원으로 거의 같았음.
거치식, 분할매수 모두 하위 10% 보다도 훨씬 낮은 성과를 보였다.

분할매수라면 금융위기 같은 폭락장에서 훨씬 나았을 것 같지만, 이 시기에는 첫 매수가 시작된 2월부터 마지막 매수가 끝나는 7월까지 SPY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나눠 샀지만 평균적으로 매수한 가격이 첫 매수가격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돈이 이미 시장에 들어간 상태에서 본격적인 폭락이 찾아왔습니다.

분할매수가 효과를 내려면 아직 현금이 남아 있는 동안 주가가 내려와야 합니다. 돈을 모두 투자한 뒤 시장이 무너진다면 거치식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분할매수의 매력은?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거치식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평균 수익률도 높았고, 6회 분할보다 좋은 성과를 낸 구간도 71.9%에 달했습니다. 원금 손실로 끝난 비율조차 분할매수와 같았습니다.

저는 분할매수를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할매수의 장점은 투자금을 시장에 넣는 과정에서 평단과 심리를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1억 원을 한 번에 투자한 직후 시장이 20% 떨어진다면 계좌에서는 2,000만 원의 손실이 찍힙니다. 반면 아직 절반만 투자한 상태라면 실제 계좌의 손실금액은 훨씬 작고, 남아 있는 돈으로 더 낮은 가격에서 추가 매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가는 있습니다. 시장이 바로 상승하면 아직 투자하지 않은 현금 때문에 수익을 덜 얻게 됩니다. 이번 분석에서도 6회 분할은 거치식보다 평균적으로 약 264만 원 낮은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분할매수는 상승장에서 일부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처음 투자한 뒤 하락이 찾아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남겨두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투자에 들어가는 시간과 피로도도 비용입니다

개인적으로 분할매수를 하더라도 너무 긴 기간에 걸쳐 투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매수를 나눠놓으면 자연스럽게 시장을 계속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에도 예정대로 살지, 조금 기다릴지, 지금 너무 오른 것은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기계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계획해도 시장을 자주 보다 보면 계획에 손을 대고 싶은 순간이 생깁니다.

저는 투자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신력도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매수하고 오랫동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 역시 거치식의 장점입니다. 반대로 큰돈을 한 번에 넣은 뒤 계좌 변동을 견디기 힘든 사람이라면 그 편리함이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분할매수를 선택한다면 그 기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인 여유를 얻기 위해 시작한 분할매수가 몇 년 동안 시장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드는 일이 되어버린다면 또 다른 피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392개 구간이 서로 겹치는 문제도 확인했습니다

이번 분석은 매달 투자 시작 시점을 하나씩 옮기는 방식이라 일부 투자기간이 서로 겹칩니다. 예를 들어 2000년 1월에 시작한 투자와 2000년 2월에 시작한 투자는 대부분의 기간을 함께 지나갑니다. 그래서 이런 중복 때문에 거치식이 유리하게 나온 것은 아닌지도 따로 확인했습니다.

기간이 겹치지 않도록 매년 한 번씩만 투자한 33개 구간을 다시 비교했을 때도 거치식의 평균 수익률은 12.15%, 6회 분할은 9.81%였습니다.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 SPY에서 거치식이 71.9%의 구간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앞으로도 거치식이 71.9%의 확률로 이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확인한 것은 어디까지나 SPY가 실제로 지나온 과거의 결과입니다.


S&P500 분할매수, 결국 무엇이 달랐을까?

1993년 이후 SPY에서는 투자 가능한 돈을 빨리 시장에 넣었던 거치식의 평균 성과가 더 좋았습니다. 거치식의 평균 수익률은 12.08%, 6회 분할은 9.44%였고, 392개 구간 가운데 71.9%에서 거치식의 최종금액이 더 많았습니다.

반면 처음 산 가격보다 5개월 뒤 SPY 가격이 더 낮았던 구간에서는 6회 분할매수가 87.2%의 경우에 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첫 투자 이후 시장이 내려올수록 남아 있는 현금을 낮은 가격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치식은 투자금을 빨리 시장에 넣어 상승을 최대한 따라가는 방법이고, 분할매수는 일부 현금을 남겨두고 하락에 대응할 여지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한쪽의 장점을 선택하면 다른 쪽의 장점 하나는 포기하게 됩니다.


1부를 마치며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S&P500 분할매수와 거치식은 어느 상황에서 강점을 가지는지가 달랐습니다. 거치식은 상승을 최대한 빨리 따라가는 데 유리했고, 분할매수는 첫 진입 이후 하락했을 때 남은 현금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SPY 백테스트에서는 거치식의 평균 성과가 더 좋았습니다. 분할 횟수가 늘어날수록 평균 수익률은 낮아졌고, 6회 분할과 비교했을 때 거치식이 더 좋은 결과를 낸 구간도 훨씬 많았습니다. 과거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목돈을 빨리 시장에 넣는 편이 유리했던 셈입니다.

그렇다고 분할매수가 의미 없는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투자한 뒤 시장이 더 내려왔던 시기에는 분할매수가 강했고, 아직 남아 있는 현금으로 낮은 가격에 추가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했습니다. 결국 두 방식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데이터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습니다. 백테스트 속 투자자는 1억 원이 8천만 원이 되어도 아무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계획을 바꾸지도 않고, 공포에 매도하지도 않고, 손실을 만회하겠다고 더 위험한 투자를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실제 사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도 투자하면서 큰 손실률을 경험했고, 계좌에서 실제 돈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투자 전에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부에서는 이 부분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거치식과 분할매수의 장단점을 실제 투자자의 입장에서 비교하고, 제가 큰 손실을 겪었던 과정과 현재 분할매수를 하면서 느끼는 차이도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과거 데이터는 어떤 투자 방식이 더 높은 수익을 냈는지는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야 내가 하락장에서도 계획을 지킬 수 있는지 대신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S&P500 분할매수를 할지 거치식으로 투자할지를 과거 수익률 하나만 보고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가 실제 하락장에서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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