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ETF vs SMH, 반도체 10종목에 집중할 이유가 있을까?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SMH와 SOXX가 여러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반면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CPU ETF는 약 10개의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수의 기업에 집중하면 이 기업들의 성과를 더 크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종목 선정이 잘못 되었을 때는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ETF는 10종목만 선정해서 투자해도 충분할까요? 아니면 더 많은 기업에 분산하는 편이 유리할까요? 사람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오늘은 제가 답을 찾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CPU ETF 보다는 SMH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CPU ETF의 구성종목과 운용 전략을 SMH와 비교하면서, 수익률 비교 이상의 것들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CPU ETF는 어떤 상품?

CPU는 Amplify에서 출시한 Amplify Top 10 Semiconductors ETF입니다.

처음 CPU라는 티커를 봤을 때는 중앙처리장치(CPU)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특정 반도체 제품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약 10개의 기업을 선정해서 투자하는 상품이었습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장비와 소재, 파운드리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투자 대상으로 정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액티브 ETF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TOP10 ETF와는 구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CPU는 Bloomberg Top 10 Momentum Semiconductors Index를 참고하긴 하지만 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진 않고,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서 다른 반도체 관련 기업에 투자합니다.

CPU ETF와 SMH ETF 비교표. 운용사, 액티브 및 패시브 운용 방식, 투자 종목 수, 연간 총보수, 설정일과 주요 투자 전략 비교.
구분CPUSMH
운용사AmplifyVanEck
운용 방식액티브패시브
투자 기업약 10개약 25개
연간 총보수0.49%0.35%
투자 전략집중투자, 모멘텀 참고반도체 지수 추종
장기 운용 실적부족축적

CPU는 26년 10월에 출시한 신규 ETF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이나 하락장에서 운용 능력이 어땠는지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SMH는 11년부터 운용이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시장 환경에서 어땠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운용 기간이 길다고 앞으로의 성과가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가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더 많기는 합니다.


반도체 기업 10개에 집중?

저는 섹터 ETF는 약 30~50개 정도 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구성을 선호합니다. 종목수가 너무 적으면 개별기업의 위험을 충분히 분산하기가 어렵고,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성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주관적인 판단)

물론 종목 수 만으로 분산투자 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SMH도 일부 대형 반도체 기업에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종목 수가 많더라도 특정 기업의 주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SMH ETF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 편입 비중. 엔비디아 19.60%, TSMC 9.30% 등 주요 기업별 투자 비중 비교.

그럼에도 CPU와 SMH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CPU는 소수 기업을 적극적으로 선정해서 성과를 높이려는 전략에 가깝고, SMH는 지수에 포함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를 반영하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앞으로 어떤 기업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수의 승자를 직접 선정하기 보다는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제 투자 목적에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물론 SMH 역시 지수 편입 기준에 따른 제약이 있고, 미래의 승자를 모두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종목 수 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하고(알고리즘), 그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CPU와 SMH ETF의 상위 종목 집중도 비교. 상위 5개 기업 비중은 CPU 61.15%, SMH 44.69%이며 상위 10개 비중은 각각 96.84%, 67.66%.

CPU ETF, 구성종목 살펴보니

CPU의 투자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편입 내역에는 다음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CPU ETF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 투자 비중. 유니마이크론 16.48%, 난야 PCB 12.30%, 마벨 12.05% 등 주요 편입기업 구성.
  • 유니마이크론(Unimicron)
  • 난야 PCB(Nan Ya PCB)
  • 미디어텍(MediaTek)
  • 킨서스(Kinsus)
  • 아익스트론(Aixtron)
  • 샌디스크(Sandisk)
  • 마벨(Marvell)
  • 인텔(Intel)
  • SK하이닉스(SK hynix)
  • 마이크론(Micron)

초기 편입 내역을 보면 엔비디아나 TSMC 같은 대표 반도체 기업보다는 반도체 기판, 메모리, 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 저는 이 구성을 보고서 CPU ETF에 대한 투자 의향이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이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기업들의 사업 구조와 경쟁 우위,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더욱 중요해집니다.

CPU ETF와 SMH ETF의 공통 편입기업 비교. 마벨, 마이크론, 인텔, SK하이닉스 등 두 반도체 ETF에 모두 포함된 4개 기업.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에는 하락의 원인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시장 조정인지, 기업의 경쟁력이 실제로 훼손된 것인지를 구분할 근거와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ETF에 포함된 모든 기업을 직접 분석하는 일은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ETF를 선택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개별기업을 일일이 선정하고 관리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니까요.

여기서 다른 질문이 가능해집니다. 내가 기업을 직접 분석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들을 선정한 운용역은 얼마나 믿을 수 있나요? 이 질문이 CPU의 종목 수나 구성 보다도 더 중요할 것입니다.


액티브 ETF에 투자하기 위한 믿음

액티브 ETF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시장이나 비교 지수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렇지만 초과수익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기업을 선정하고, 언제 비중을 늘리거나 줄일지 결정하는 운용역의 판단이 좌우하게 되는 것이죠.

CPU ETF와 SMH ETF 연간 총보수 비교 차트. CPU 0.49%, SMH 0.35%로 CPU의 연간 운용 비용이 0.14%포인트 높음.

패시브 ETF는 지수 구성 규칙과 투자 대상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지만 액티브 ETF는 다릅니다. 여기에 운용역의 판단 능력이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운용사에서 투자 전략을 일부 공개하기도 합니다.(이런 이유로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에 비해 보수가 높게 책정 되는 편)

그러나 액티브 ETF의 일반적인 운용 전략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 종목 선정 과정의 모든 판단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운용역이 특정 기업을 왜 선택했는지, 다른 기업보다 얼마나 높은 성장 가능성을 평가했는지, 어떤 조건에서 비중을 줄일 것인지를 투자자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그럴거면 ETF 투자를 왜 하겠습니까)

운용역의 경력과 투자 철학을 살펴보고, 실제 운용 성과가 쌓이면 그것을 바탕으로 능력을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CPU ETF는 모멘텀을 참고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상승 추세가 지속되는 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주도주가 급격하게 바뀌는 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운용 실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이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는 CPU ETF가 앞으로 SMH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물론 좋은 성과가 확인된 뒤 투자하면 초기 상승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만 모든 투자 기회를 포착해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CPU와 SMH 반도체 ETF 운용기간 비교. SMH는 2011년 12월, CPU는 2026년 10월 설정되어 장기 운용 실적의 축적 기간에 차이가 있음.

저는 어느 정도 운용 이력이 쌓인 뒤에 SOXX나 SMH를 함께 비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확인하고 싶은 것은 누적 수익률 외에도 MDD는 어땠는지, 그에 따른 수익은 어땠고 시장이 하락했을 때 운용역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와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는지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MDD가 크면 투자 전략에 대한 더 큰 믿음이 필요합니다. 많이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하락을 설명하는 근거와 반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실제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위험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가 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CPU ETF에서는 그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높은 수익률=좋은 ETF?

과거 저는 커버드콜 ETF인 JEPI를 약 3년 정도 보유한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같은 기간에 JEPQ나 QQQ에 투자했을 때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JEPI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당시에 제가 원했던 것은 나스닥100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장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ETF에 투자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JEPI는 실제로 제가 기대했던 역할을 잘 해내주었습니다.

다른 ETF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과거의 투자 선택이 실패했다고 착각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CPU ETF와 SMH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SMH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CPU ETF를 선택한 투자자의 판단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투자자의 목적과 지식의 수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보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수익률은 투자 상품의 성과를 보여주지만, 그 상품이 나에게 적합한 선택이었는지까지를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라도 투자자가 하락을 견디지 못해 중간에 매도했다면 그 수익은 온전히 누릴 수 없습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더라도 자신의 투자 목적을 충족하고, 이해할 수 있는 위험 범위 안에서 오래 보유한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상품만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그 상품의 성과를 실제로 누릴 준비가 되어있는 투자자인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CPU 보다는 SMH를 선택

저는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기업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될지는 자신 있게 예측하진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ETF에 투자한다면 특정 기업을 정확하게 골라내기 보다는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물론 SMH 역시 대형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SOXX처럼 조금 더 분산된 ETF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CPU ETF와 SMH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SMH를 선택하겠습니다.

제가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폭넓게 포함되었기도 하고, 지수 구성 규칙과 장기간의 운용 성과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투자 근거가 유지되기 때문에 장기 보유하거나 추가 매수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신뢰와 운용역의 판단 능력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에 CPU ETF 투자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공부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더 필요한데 굳이 그 정도의 노력을 들여가며 CPU ETF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추후 CPU가 SMH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 역시 충분합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CPU ETF 운용 전략에 공감하는 투자자라면 CPU ETF를 선택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진 않습니다. 제가 아닐 뿐이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상품을 매수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ETF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느냐 뿐만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믿고 그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지입니다.

투자 근거가 충분하다면 큰 하락도 견딜 이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투자 근거가 부족하면 작은 하락에도 멘탈이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저는 그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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