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인프라가 되어가는 AI
AI 투자의 중심은 지금까지 반도체였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HBM과 GPU가 포함된 AI 관련 반도체라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Chat GPT가 세상에 나온 이후에 AI 산업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흐름으로 변화를 가졌습니다.
더 뛰어난 AI를 위해 더 많은 GPU의 확보, 더 뛰어난 GPU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HBM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반도체라는 병목지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투자자들은 이에 열광하며 주가를 띄웠습니다.
AI 투자 = 반도체 투자 공식이 이제는 어느정도 성립하게 됐습니다.

AI 시대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컴퓨팅 자원이었기 때문에 이 흐름이 틀리진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실적과 믿음이 만나서 엄청난 주가 상승을 이끌었는데요. 과연 이 흐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지점에 주목해볼지 고민이 됩니다.
저렴해지는 AI
최근 AI 업계에서 눈여겨볼만한 변화는 모델의 버전, 성능 보다는 가격입니다.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토큰 비용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추론 비용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데요. 오픈소스 모델의 발전이 이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것은 아닐까요? 경제학에선 이와 대비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있더라고요. 바로 제번스 효과(Jevons Paradox)입니다.
제번스 효과와 AI 산업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 증기기관의 효율이 좋아지면서 석탄의 소비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효율이 높아지면 사용 비용이 낮아지고, 비용이 낮아지면 활용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었습니다.
AI 투자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AI를 사용하는 비용이 계속 낮아진다면, 사람들은 AI를 덜 사용하기 보다 오히려 더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저는 AI가 저렴해지면 더 많은 부분에 AI를 사용하고 싶은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은 거부감을 갖는 사용자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거의 모든 온라인 활동에 AI가 개입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미래가 엄청 나중도 아닐 것 같고요.
AI는 범용 인프라가 된다
현재는 AI를 하나의 서비스로 보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범용 인프라(General Purpose Infrastructure)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인터넷은 그 자체로 경쟁력을 얻었습니다. 빠르고 간편한 소통이 주된 인터넷의 경쟁력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전기가 처음 보급되던 시절, 당시에는 발전소를 짓고 송전망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행위 자체가 혁신이었기 때문인데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전기로 가장 큰 돈을 버는 기업은 바뀌었습니다. 전기를 이용해 가전을 만들고, 공장을 자동화한 기업들이었죠.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떠올려보면 발전소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를 이용해 서비스를 만든 기업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전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GPU와 데이터센터가 AI 시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인프라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AI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범용 인프라가 된다면 시장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마 AI 자체보단 AI를 활용해 어떤 경험을 제공하냐가 앞으로 돈을 버는 핵심이 되지 않을까요?
전기를 가지고 선풍기를 켤 수 있어!와 같이
AI를 가지고 영화 티켓을 자동으로 예매했어!가 가능
진짜 경쟁력은
AI가 범용 인프라가 된다면 AI 모델 자체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 경험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얼마나 자연스럽게 AI를 사용하게 만드는지, 오래 머물게 만드는지, 생활 속에 잘 녹여내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플랫폼 기업들은 우위를 갖게 됩니다. Meta는 이미 인스타그램이 있고, Google에는 서치포털과 유튜브가 있고, Amazon에는 AWS와 커머스 생태계가 있습니다. 사용자는 벌써 확보된 상태이고 그 위에 AI를 얹어 기능을 확대하는 식으로 흘러가겠죠.
하나 중요한 점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AI는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인데요.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은 더 강해집니다. 여기에 AI는 한 가지 더해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사용자가 AI를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사용 데이터가 축적되는 식입니다. 물론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는 보호되어야 하며, 모든 데이터가 그대로 학습에 활용되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적정 범위 내에서 축적되는 사용 데이터와 피드백은 AI 서비스 개선에 귀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 더 좋은 데이터는 더 좋은 AI를 만듭니다.
- 더 좋은 AI는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은 더 많은 사용자를 불러모읍니다.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며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해자가 될 수 있진 않을까요?
테슬라에서 엿보자면
테슬라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강점 중 하나는 실제 주행 과정에서 쌓은 많은 데이터입니다. 차량이 늘어나면 더 많은 주행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FSD는 진화합니다. 더 나은 FSD는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알려지게 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식인거죠.

중요한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와 경험의 축적입니다. 저는 AI 플랫폼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해자
최근까진 AI 산업을 GPU, HBM,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생각했고, 이들은 앞으로도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일 것입니다. 하지만 AI가 범용 인프라가 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관심은 이동할 여지가 다분합니다.
이제는 누가 더 좋은 AI 모델을 출시했는지 보다는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만드는지와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기업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면 그게 다가올 미래엔 경제적 해자로 불리게 될수도 있습니다.
시장은 여전히 AI를 만드는 기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딱 한 발만 앞서서 가치와 경험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선점해보는 것도 재밌는 투자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들어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데 이런 시기에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에 대해 고민을 해볼 가치는 있어보입니다.
AI 시대에도 반도체 사이클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 그것까지 다루면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오늘 글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최근 관심갖고 있는 ETF입니다. 커버드콜 ETF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가볍게 읽어볼만한 글입니다.
금방 새로운 글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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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이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