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의 상승을 예측했지만

얼마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높은 금리와 강달러 기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등 달러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원화가 특별히 강해질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 시장이었습니다.
달러는 강해지고, 일본의 엔화는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적인 구조가 개선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엔화와 원화의 움직임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 ADR의 등장

현재 원화의 체력이 되어주는 가장 큰 요인은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을 통한 대규모 달러 자금의 국내 유입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장기적인 원화 강세 신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 대규모 달러 공급이 발생했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원화가 구조적으로 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DR이란?

ADR은 미국주식의 예탁증서의 약자입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본주를 상장하는 대신에 미국 예탁은행이 SK하이닉스의 주식을 기반으로 발행한 증서를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을 통해 265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진행한 주식 발행 가운데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SK하이닉스가 자금을 달러로 조달했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공장 건설 및 반도체 장비 구매등에 이 조달 비용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인건비, 장비대금 등 상당부분은 원화로 지급되게 됩니다.
SK하이닉스가 최종적으로 사용해야할 화폐는 원화이므로 일시적으로 원화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 환율이 안정되는 현상이 설명이 가능합니다.
- 미국에서 ADR을 통해 달러 조달
- 국내 투자자금으로 활용
- 달러 매도, 원화 매수(원화 수요 급등)
-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
외환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ADR과 관련된 달러 선물환 매도가 관찰됐습니다. 관련 보도가 나온 7월 8일, 원화는 달러 대비 약 1% 강세를 보였고, 1개월 중 가장 강한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265억 달러
SK하이닉스가 조달한 금액은 약 265억 달러, 하지만 이 금액 모두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일부 자금은 달러로 보유될 수 있고, 해외 장비 구매나 외화부채 상환, 해외 투자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 원화 환전 규모와 일정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SK하이닉스가 조달 자금 중 일부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사용할 계획이고, 관련 선물환 및 현물환 거래가 7~8월 중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구분해야할 내용이 있습니다.
| 구분 | 판단 |
|---|---|
| SK하이닉스가 약 265억 달러를 조달했다. | 확인된 사실 |
| 265억 달러 전액 원화로 환전된다. | 확인되지 않은 주장 |
| 달러 매도 물량이 원화 강세에 영향을 주었다. | 시장에서 확인된 사실 |
| 8월 말 이후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다. | 가능성은 있지만 확정 불가 |
ADR 효과가 특정 날짜에 갑자기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련 환전과 환헤지가 7~8월에 집중된다는 가정하에, 그 이후 기간의 달러 공급은 줄어들 것이고 환율은 자연스레 다시 상승세를 시작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환율을 눌러주고 있던 강한 수급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니 가까운 미래에 환율의 상승이 예상됩니다.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제품을 팔고 달러를 받습니다. 받은 달러를 바로 원화로 바꿔도 되지만,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환전을 미뤄도 됩니다. 당연히 1달러가 1,500원일 때보다 1,550원일 때 기업 이윤이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예상과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기업들도 판단을 달리합니다.
-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 달러 보유
-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
-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 매도
- 달러 공급의 증가
- 환율의 추가 하락
외환시장에서 네고 물량은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매도한 물량을 뜻합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7월 외환시장에서 약 20억달러 규모의 달러 선물환을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는 근거입니다.
다만 수출기업 전체가 얼마의 달러를 팔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업과 은행 사이의 외환거래는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집니다. 정부가 주요 수출 기업에 수출대금 환전과 해외자금의 국내 유입을 요청정도는 할 수 있지만, 기업에 달러를 강제로 팔게 할 수는 없습니다.
무역흑자의 상승과 외환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양의 증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흑자를 일으키고, 그 자금을 외환시장에 가져와 환전을 진행할 때 환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흑자의 증가만 가지고 원-달러 환율의 안정을 논하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환율 하락이 추가 달러 매도를
환율은 수급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의 심리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때 환율이 계속 오르면 환전을 늦출 이유가 됩니다. 반대로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기다리다가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같은 달러를 팔아서 받을 수 있는 원화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환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 환율의 급격한 하락
- 수출기업의 추가 하락 우려
- 미뤄뒀던 달러 환전
- 달러 공급의 증가
- 환율의 추가 하락
위의 흐름은 추측 정도 해볼 수 있고, 현재의 환율을 일제히 네고 물량을 쏟아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개된 자료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 정부의 환전 독려, 실제 원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사실 정도입니다.
반도체 수출, 원화에 우호적
한국의 7월 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2.3% 증가했습니다. 그중 반도체의 수출은 180.6% 늘었습니다.

수출 증가로 국내 기업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많아진다는 점은 원화에 긍정적입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SK하이닉스 해외 자금 조달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외환시장엔 이전보다 강한 달러 공급이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 전체가 갑자기 강해졌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이고,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달러를 벌고 조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원화는 이제 강해졌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현재의 환율 안정은 원화의 구조적인 강세 전환이라기 보다는 단기적인 달러 공급 우위에 따른 일시적 안정화 정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ADR 자금 규모가 크지만 이는 일회성 이벤트이고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도 달러를 환전하고 나면 소진됩니다. 환율이 충분히 내려가고 나면 기업이 서둘러 달러를 매도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상승을 막는 압력이 해소되면 달러지수가 높은 지금은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면에 국내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해외주식 매수를 원하고, 기업의 해외투자와 원유, 원자재 수입은 꾸준히 달러를 필요로 합니다. 미국 국채금리까지 올라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서게 됩니다.

현재 국제유가는 미-이란 갈등(이제는 중동전쟁)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며,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전에 대한 의견
ADR 관련 달러 매도 물량이 9월을 넘기지 않고 모두 소진된다면 그 이후에는 다시 달러 강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유가와 미국 금리가 더 오르거나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 상승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환전 대기 자금이 있는 경우 투입을 시작해볼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매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100%를 한 번에 환전하지 않고 환전도 분산해서 진행하면 좋습니다.
해외주식을 곧 매수해야 한다면 초기 환전 비중을 높게 가져가도 좋지만 사용 시점이 멀거나 장기 분할 적립 매수를 계획 중이라면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환율이 더 내려가면 남은 원화로 더 싸게 달러를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환율이 다시 오르더라도 이미 일부를 바꿔두었기 때문에 전체 환전단가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분할 환전은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아닙니다. 환율 전망이 틀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후회를 줄이는 전략입니다.

미국 증시와 달러 환율이 동시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진 않으므로 해외 직접 투자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지금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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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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