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를 위한 현금을 남겨두는 이유
8월 14일 미국 증시는 다시 한번 긍정적인 신호에 반응했습니다.

7월 PPI(생산자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0%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 0.2%를 밑돌았습니다.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20만9,000건으로 3주 연속 증가했습니다. 고용시장이 조금씩 식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시장 입장에서는 꽤 편안한 결과입니다.

물가는 예상보다 낮았고, 고용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막아줄 정도로만 식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S&P500과 나스닥은 상승했고, 시장은 9월 금리 인상보다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시장을 마냥 좋게만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물가와 고용지표만 보면 편안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자금이 AI 산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와 장기금리

7월 PPI는 분명 긍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전년 대비 상승률은 여전히 4.7%에 달합니다. 근원 PPI도 4.2%로 연준이 안심하기에는 높은 수준입니다.
이번 물가 둔화에는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도 컸습니다. 7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3.1%, 휘발유 가격은 5.7%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낮아진 에너지 가격의 효과가 다음 달에도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30년물 국채 입찰에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30년물 낙찰금리는 5.216%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주식시장은 당장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채권시장은 미국의 재정적자와 물가, 막대한 채권 공급을 아직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AI 투자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 데에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가 계획한 설비투자만 합쳐도 7,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섭니다.

이 돈은 GPU와 반도체에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토지와 건설, 발전소와 전력망, 변압기와 냉각설비,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광섬유와 인력으로 퍼집니다.
덕분에 미국의 설비투자는 강하게 유지되고 있고, 이들로부터 직접 수혜를 받는 기업들의 매출과 수주잔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AI 투자는 분명 미국 경기와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강력한 성장동력입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회사채 발행이 급증했고 장기 임대계약과 구매 약정, 사모대출까지 동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엔비디아까지 AI 인프라를 위한 새로운 자금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포지션 변화

엔비디아는 최근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과 함께 5,000억 달러 이상의 AI 인프라 자금조달 플랫폼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기금과 보험사, 고액자산가 등의 돈을 모아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엔비디아는 일부 사업에서 최대 25%까지 보증성 지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좋게 보면 정상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일 수 있는데요.
막대한 초기자금이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장기자금으로 건설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용료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실제 AI 수요와 장기계약이 충분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판매자가 고객의 구매자금까지 마련해주기 시작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AI 기업이 자체 현금으로 GPU를 구매하던 단계에서 회사채와 사모자본을 이용하는 단계로 넘어왔고, 이제는 GPU를 판매하는 엔비디아가 고객의 데이터센터 금융까지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부터 Open AI와 엔비디아 사이의 순환출자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금융을 통해 조달된 돈으로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고, 그 매출이 다시 엔비디아의 성장 기대를 높이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최종 이용자가 AI 서비스로 충분한 현금을 벌지 못한다면 금융이 수요를 만들어낸 순환이 됩니다.
이때부터는 지금의 매출이 실제 수요인지, 미래 수요를 금융으로 앞당긴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GPU는 아파트나 발전소처럼 수십 년 동안 가치가 유지되는 담보도 아닙니다. 반드시 감가는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이고요. 기술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몇 년 만에 도태되거나 경제적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AI 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지면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연산 가격이 떨어지고, 담보로 잡힌 장비의 가치도 하락합니다. 프로젝트 수익성이 악화되면 신규 자금조달이 막히고, 이는 다시 GPU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의 주가는 무엇으로 이루어 졌는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상승장을 지탱하는 힘이 기업의 자체 현금흐름에서 부채와 금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하게 쌓은 상승은 작은 균열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에 남아야한다
위험은 커졌지만, 지금과 같은 과열 국면에서는 상승폭이 예상보다 훨씬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AI 투자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도 아직은 강합니다. 물가 둔화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낮아졌습니다.
나스닥100은 소수 초대형 기업의 영향력이 큰 지수입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브로드컴 같은 기업들만 강하게 상승해도 나머지 종목이 부진한 상태에서 지수는 계속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열을 경계한다는 이유로 현금만 들고 시장을 떠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결국 FOMO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신중한 판단으로 시장을 떠났더라도, 상승이 길어질수록 뒤늦게 더 비싼 가격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는 인간의 본성을 역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를 때 어느 정도 수익을 얻고, 하락할 때 남겨둔 현금으로 대응하는 편이 실제로 버티기 쉽습니다.
투자는 언제나 자신의 수준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현금은 하락을 예언하기 위해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곧 폭락할 것이라고 확신해서가 아닙니다.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유합니다.
현금이 전혀 없다면 시장이 급락해도 좋은 기업을 추가로 매수할 수 없습니다. 결국 손실을 지켜보거나 공포에 매도하는 선택만 남습니다.
반대로 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들고 있다면 강한 상승장이 이어질 때 심리적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상승에 참여할 자금과 하락에 대응할 자금을 적정한 비중으로 함께 보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금은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자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투자자가 최악의 순간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자산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현금은 수익을 포기한 돈이 아니라 미래의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한 또다른 투자수단에 가깝습니다.
직장인이 모든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는 없다
보통의 투자자는 직장인입니다.
기업의 재무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채권시장까지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투자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만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라면, 그것은 금융소득을 얻는 일이 아니라 또 하나의 노동에 가까워집니다.
저 역시 모든 숫자를 추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뉴스와 분기 실적에서 큰 방향만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하이퍼스케일러가 AI 투자계획을 계속 올리는가
- 투자 확대와 함께 AI, 클라우드 매출도 증가하는가
- 투자액은 늘어나는데 잉여현금흐름은 계속 감소하는가
- 고객에게 자금을 지원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는가
- 회사채 조달비용과 신용등급 문제가 주요 뉴스로 등장하는가
- 지수는 오르는데 상승하는 기업의 수는 줄어드는가
개인투자자가 모든 위험을 분석으로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하기 어려운 위험은 현금과 자산배분으로 감당하면 됩니다.
시장에는 남되, 무너질 가능성도 준비하자
현재 AI 투자는 미국 경기와 나스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7월 물가 둔화와 완만한 고용 냉각도 단기적으로 상승장에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하지만 이 상승의 혜택은 시장 전체보다 소수 하이퍼스케일러와 이들로부터 직접 매출을 얻는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수는 오르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똑같은 온기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AI 투자는 기업의 자체 현금을 넘어 회사채와 사모자본, 고객 파이낸싱까지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실제 수익화가 투자 속도를 따라간다면 지금의 상승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융으로 앞당긴 수요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상승은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수 기반의 ETF에 투자하며 시장을 떠나지 않으려 합니다.
과열을 경계하되, 수혜 기업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QLD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려 합니다.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채 공포와 FOMO를 모두 참아내는 것보다, 주식으로 상승에 참여하고 현금으로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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